1. 고 강수연 배우의 유작
영화 정이는 고 강수연 배우의 유작으로도 유명세를 탔습니다. 강수연 배우는 미래 전설의 용병으로 활약했던 윤정이의 딸 윤서현 역을 연기했습니다. 윤서현은 엄마가 자신의 병 치료를 위해 전쟁에 나가고, 죽어서도 AI 로봇으로 복제되어 끝없는 전쟁 시뮬레이션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봅니다. AI 전투 용병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어도 군수기업 크로노이드와 계약이 되어 있어, 성 상품화로 테스트를 받는 AI 정이 로봇을 괴롭게 지켜보다가, 결국에는 정이 로봇을 자유롭게 해 주면서 엄마에 대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캐릭터입니다. 엄마의 모습을 한 AI 로봇을 아무렇지 않게 테스트하는 연구 팀장의 모습에서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엄마를 놓아주며 엄마 스스로의 행복을 바라는 딸의 감정을 강수연 배우가 정말 잘 표현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윤정이 역할은 김현주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김현주 배우는 연상호 감독의 지난 작품 '지옥'에 이어 두 번째로 연상호 감독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김현주 배우의 예전 작품들을 너무 좋아하지만 SF 액션물에 잘 어울릴까 의심했는데 AI 로봇 연기나 액션신도 훌륭하게 소화해 준 것 같습니다.
정이프로젝트 연구 소장 김상훈 역에 류경수 배우는 캐릭터에 맞게 깐죽거림과 비열함 등을 아주 잘 표현해 줬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소장 김상훈은 영화 중간중간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 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이를 괴롭히는 악역입니다.
2. 한국적인 SF영화 정이
미래,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과 자원의 고갈로 인류는 우주로 이주합니다. 쉘터라는 공간을 발견한 인류는 쉘터에 시민들을 이주시킵니다. 그러나 곧 '아드리안 자치국'이라고 스스로 명명하는 일부 쉘터에서 다른 쉘터를 공격하는 일이 발생하고, 전쟁이 몇십 년 동안 이어집니다. 이 전쟁에서 전설적인 용병이 나타나는 데, 바로 배우 김현주가 연기한 '윤정이'입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작전 실패로 식물인간이 되고 군수회사 크로노이드는 윤정이의 뇌를 복제해 AI 전투 용병을 개발을 시도합니다.
3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AI 전투 용병을 개발하는 '정이 프로젝트'는 윤정이의 딸 윤서현이 연구 팀장이 되어 진두지휘 합니다. 정이를 끝없이 복제하고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시도하지만 계속 실패합니다. 연구원들은 시뮬레이션 통과를 위해 정이 다리에 총을 쏘는 자극을 주면서 연구를 시도합니다. 윤정이의 복제 로봇 정이는 괴로워하지만, 연구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습니다. 연구원들은 정이를 하나의 연구용 AI 로봇으로 생각하고 다루지만, 윤정이의 딸 서현의 입장은 조금 다릅니다.
윤정이가 전쟁에 나가게 된 이유는 사실, 딸 윤서현 때문이었습니다. 서현은 어릴 때 폐에 종양이 있었고, 어마어마한 딸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윤정이는 용병을 자원한 것이었습니다. 서현은 자기 때문에 어머니가 자기 삶을 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건강검진을 받은 서현은 폐에 암이 생겨 전이가 시작됐고 수술도 불가능하여 남겨진 시간이 3개월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의사는 죽기 전 뇌를 복제하여 이체에 기억을 옮기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뇌를 복제하여 이체에 기억을 옮기는 방법에는 A타입, B타입, 그리고 C타입 세 가지가 있습니다. C타입은 구매 기업에게 내 데이터를 전부 넘기고 무수한 복제를 만들 수 있기에 비용은 가장 저렴하지만, 인간의 대우를 전혀 받지 못합니다. 윤정이가 선택한 것이 바로 C타입인데, 이로 인해 군수 회사인 크로노이드에서 윤정이를 연구에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현은 본사에 방문하고 크로노이드 회장은 내전이 곧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라고 지시합니다. 정이 프로젝트 연구 소장 김상훈은 이에 불만을 품고 정이에게 극단적인 테스트를 시도합니다. 정이의 팔을 잘라내고 총격을 가합니다. 서현은 연구원들에게 정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라고 지시하고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받습니다.
그러던 중, 윤서현은 한 연구원이 정이 뇌 데이터를 복제한 것을 알게 되고, 이를 추적하다가 정이가 성 상품용으로 개발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윤정이가 뇌 복제 단계 중, 어느 용도로든 사용될 수 있고 무한한 복제가 가능한 C타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윤서현은 프로젝트의 마지막으로 윤정이 22호와 면담을 진행하던 중, 모성애로 인해 활성화된 뇌의 영역을 발견하고, 이것이 바로 윤정이 전투력을 원천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22호 폐기 처분을 직접 맡은 윤서현은 모성애를 뇌에서 최소화로 축소하고 정이에 대한 모든 것을 22호에게 말해줍니다. 마지막 시뮬레이션도 실패한 22호 정이는 수거됩니다. 연구소장은 22호 시뮬레이션에서 이상함을 감지하고, 정이가 일부러 총에 맞은 척 연기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경보를 울립니다. 경찰 로봇들이 출동하고 정이는 이들과 싸우지만 역부족입니다. 그때 윤서현이 정이를 도와주고, 윤서현은 정이의 뇌를 경찰 로봇에 옮겨 정이가 현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윤서현과 정이는 연구소를 나가는 열차에 탑승했는데 거기에는 연구소장이 있었습니다. 정이와 연구소장, 추격해 온 경찰 로봇과의 격투가 이어지지만, 딸인 윤서현 덕분에 정이는 무사히 탈출합니다. 어릴 적 엄마가 자신 때문에 엄마의 삶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윤서현은 정이가 이제는 본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가라고 말합니다. 정이는 윤서현에게 어릴 때 전투에 떠나기 전에 항상 했던 볼 인사를 마지막으로 떠납니다.
3. 넷플릭스 맞춤형 K-콘텐츠
정이 영화에 대해서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에 오픈된 이후 바로 글로벌 순위 1위를 차지했고, 그 이후에도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영화 설정과 연기에 대해 혹평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 설정이 어디에서 본 듯하며 모성애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재가 한국형 신파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넷플릭스 맞춤형 콘텐츠라고 평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다양한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추기에는 괜찮다는 말입니다. 여성 서사는 최근 인기 콘텐츠의 흐름이며,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스토리의 중점으로 내세운 게 글로벌 관점에서는 K-콘텐츠의 장점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한국 콘텐츠의 특징을 가미한 SF영화 정이를 나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익숙한 설정에 가족애를 담았지만, 오히려 그 덕에 정이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