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해자 vs 피해자
더 글로리는 2022년 12월 30일 오픈했습니다. 히트 작가 김은숙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송혜교의 만남으로 오픈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송혜교 복수극에 대한 기대가 많았습니다. 더 글로리는 오픈한 지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도 관심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저도 Youtube에서 다른 사람들의 리뷰만 보다가, 이번 설 연휴에 가족과 함께 더 글로리를 시청했습니다.
더 글로리의 등장인물은 크게 가해자 그룹과 피해자 그룹으로 나누어집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폭력을 주도했던 박연진, 전재준, 최혜정, 이사라, 손명오로 이루어진 가해자 그룹과, 이 가해자 그룹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던 문동은, 그리고 남편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면서 하나뿐인 딸을 지키기 위해 성인이 된 문동은과 협력하는 강현남이 피해자 그룹에 속합니다. 그중에서도 피해자 그룹의 대표적인 인물 문동은과 가해자 그룹의 대표적인 인물 박연진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고등학생 문동은 역할은 영화 기생충에서 부잣집 딸 역할로 화려하게 영화계에 데뷔하고, 놀면 뭐 하니에서 WSG 워너비로 가창력까지 뽐낸 배우 정지소가 맡았습니다. 소위 가해자 5인방이라고 불리는 박연진, 전재준, 최혜정, 이사라, 손명오에게 고데기로 화상을 입는 등 끔찍한 폭력을 당하게 되는데, 죽을 만큼 괴로운 고통을 정말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성인 문동은 역할을 맡은 송혜교와 외모는 전혀 다른데도 연기력으로 개연성을 만들었습니다.
송혜교는 지난 작품들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더 글로리에서 보여줬습니다. 더 글로리를 통해 송혜교가 새삼 연기를 정말 잘한다고 느꼈습니다. 고등학교 때 당했던 학교 폭력으로 영혼이 부서지고, 복수를 위해 인생을 바친 동은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송혜교는 문동은 캐릭터를 정말 잘 소화했습니다. 평소에는 얼굴에 표정이 하나도 없다가 가해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 자신의 복수를 도와주는 현남과 관계를 쌓아가면서 가끔씩 풀어지는 표정까지 문동은 캐릭터 그 자체였습니다. 송혜교는 역할을 100% 소화하기 위해 체중을 줄이고 꾸미는 것을 최소화했다고 합니다. 문동은 캐릭터는 복수 때문에 자신을 꾸밀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며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박연진 역할은 배우 신예은이 맡았습니다. 신예은은 라이징스타로 웹드라마, 예능, CF에서 얼굴을 알렸습니다. 청순하고 귀엽고 톡톡 튀는 캐릭터라 학교 폭력을 주도하는 박연진이라는 캐릭터가 잘 어울릴까 잠깐 의심했는데, 작품을 보니 그 의심이 부끄러울 만큼 캐릭터와 잘 어울렸습니다. 개인적으로 박연진의 성인 역을 맡은 임지연과의 싱크로율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임지연은 더 글로리라는 작품을 통해 제2의 전성기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악역 연기는 더 글로리라는 작품을 통해 처음 선보였다고 하는데, 믿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딸과 남편 앞에서는 너무나 좋은 엄마와 아내 역할을 하면서 직장 동료나 친구들 앞에서는 어린 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중적인 모습의 연기를 너무 잘했습니다. 문동은의 행보에 두려워하면서도 그 앞에서만큼은 절대 지지 않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박연진과 학교 폭력에 함께 가담했던 전재준, 이사라, 최혜정, 손명오 4인방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더 글로리의 흥행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한 명 한 명이 자신들의 캐릭터 이상으로 연기를 해주었습니다. 전재준과 이사라는 최혜정, 손명오와 어울리면서도 자신들과 배경이 다른 최혜정과 손명오를 무시합니다. 최혜정은 박연진, 이사라와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뒤로는 부유한 집안의 남자와 결혼해서 그들을 넘어서는 꿈을 꿉니다. 손명오는 친구들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며 돈을 벌면서도 그들의 무시와 멸시에 분노합니다. 가해자 그룹에서 각 캐릭터별 배경과 그들의 속내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4인방은 더 글로리를 통해 도약해서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복수의 시작,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 연진아.'
어느 날 문동은은 박연진 패거리에게 체육관으로 불려 가 박연진의 화장실 당번을 대신해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문동은은 거절하고 그날 이후로 박연진 패거리의 학교 폭력 대상이 됩니다. 초반에 문동은은 경찰서에 학교 폭력을 신고합니다. 이제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되어 돌아옵니다. 담임선생님은 왜 일을 키우냐며 피해자인 문동은을 혼냅니다. 박연진 패거리에게 발로 차이고, 주먹으로 맞고, 성희롱을 당하고, 심지어는 고데기에 열 체크를 해달라며 피부가 고데기에 지져지는 끔찍한 폭력을 당하게 됩니다. 온몸이 고데기 화상 자국으로 뒤 덮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문동은은 자퇴합니다. 자퇴사유서에 가해자 5인방의 이름과 자신이 당한 폭력을 적고 학교에 제출했지만, 돌아오는 건 담임선생님의 폭력이었습니다. 박연진 엄마에게 합의금을 받은 문동은 엄마는 문동은을 버리고 합의금만 챙겨 도주합니다. 혼자 남겨진 문동은은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합니다. 문동은의 자퇴 후, 변한 건 문동은이 학교에 더 이상 다니지 않는 것 말고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가해자들은 멀쩡하게 학교에 다닙니다. 문동은은 그날 이후로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박연진에게 복수한다.'입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문동은은 공장에 취직해 일하며 공부했고 시간은 좀 걸렸지만 교대에 합격합니다. 교대에 진학한 이유가 있습니다. 박연진에게 가장 소중한 것, 바로 나중에 생길 박연진의 아이에게 접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바둑을 배웁니다. 박연진의 남편에게 접근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문동은의 모든 행보는 결국에는 박연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임용고시에 합격한 문동은은 박연진의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 나기 위해 세명시 사립초등학교 재단 이사장 집 쓰레기봉투를 뒤지다 그 집 가정부였던 강현남을 만나게 됩니다. 강현남은 문동은의 조력자로 일하게 됩니다. 강현남과 더불어 문동은에게 조력자가 한 명 더 생깁니다. 바로 주여정입니다. 주여정은 문동은이 대학 시절에 알게 된 인물로 우연히 병원에서 만나 문동은에게 바둑을 알려주게 됩니다. 그리고 문동은에게 호감이 생긴 주여정은 문동은에게 주기적으로 연락을 합니다. 문동은은 다 가지고 태어나 탄탄대로의 인생을 살아온 주여정 같은 사람보다 함께 망나니 칼춤을 쳐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여정을 완곡하게 거절합니다. 하지만 주여정도 자신이 치료한 환자에게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고를 겪고, 살해자를 칼로 찌르는 상상을 지속적으로 하는, 결코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문동은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온몸의 화상 자국을 본 주여정은 문동은과 함께 망나니 칼춤을 추기로 결심합니다.
조력자가 생긴 문동은은 자신의 계획대로 박연진 딸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됩니다. 그리고 바둑으로 박연진의 남편인 하도영에게도 접근하며 자신의 계획을 하나하나 시작합니다.
3. 나의 평가
더 글로리는 김은숙 작가의 멋진 대사와 스토리, 그리고 이것들을 잘 살려주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 해져 인기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1화는 고등학교 시절, 복수를 하게 된 계기가 나오고, 2화부터는 성인이 된 문동은이 복수를 준비하고 시작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번에 16부가 나오지 않고 8부씩 끊어서 나오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왜 더글로리 신드롬이 불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드라마입니다.
이와 더불어 더 글로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 심각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학교 폭력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발생하더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이 잘 갖춰졌으면 좋겠습니다.
4. 비하인드
더 글로리에서는 고데기로 문동은을 괴롭히는 내용이 나오는 데 실제로 2006년에 충북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고데기와 옷핀 등으로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가해자는 돈을 요구했고 피해자가 거절하면 폭행을 하고 고데기로 팔을 지졌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아물던 딱지를 손톱으로 떼어버리는 의식 같은 형벌도 있었다고 합니다.
더 글로리 파트 2는 2023년 3월 10일 공개됩니다. 파트 1이 문동은이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 계기와 복수를 하기 위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주고, 복수를 시작하는 모습을 다뤘다면 파트 2에서는 본격적으로 가해자 5인방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문동은이 속 시원하게 복수에 성공하고 행복해졌으면 하지만, 복수 과정에서 문동은도 엄청난 상처를 입을 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이 아픕니다.
하도영 역할을 맡은 배우 정성일이 우리나라 최고 MC 유재석을 닮은꼴로 화제입니다. 마른 체형과 얼굴이 얼핏 닮은 것도 같습니다. 유재석은 예능에서 주변 지인들이 하도영 사진을 하루에 두세 개씩 보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가수 겸 예능인 황광희가 더 글로리 6화에 출연했다고 합니다. 기상캐스터 박연진이 출연한 라디오 DJ 역할로 나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캐스팅 비하인드 관련해서 황광희는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나와 자신도 왜 캐스팅 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